내가 뒤집어쓴 호두껍질을
알맞게 균열을 내어 벗겨내야 한다
너무 세게 힘을 주면
너는 바스러지고
힘을 조금 주면
너는 껍질을 벗지 못하고
상처만 입는다
껍질을 쓴 너를 붙잡고
너에게 하늘을 열어줄
가장 적절한 힘을 찾는
내 손에 쥐가 난다
- 시집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 2010년, 시문학사
성탄이 다가오고 있다. 예수는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인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질그릇이 되어 왔다. 우리네 인생들을 보면 누구나 세게 힘을 주면 바스라지고 힘을 조금 주면 그 껍질 그대로 있다. 우리의 껍질 안에 든 알맹이, 그 알맹이가 자신의 모습일 텐데 우리는 너무나 많은 껍데기에 묻혀 자신의 알맹이를 잊고 산다. 호두나 질그릇이나 그 속 내용이 중요하리라 누군가의 속내를 끄집어내기 위해 입혔던 상처, 스스로의 껍질을 지키기 위해 단 한 번도 하늘을 향해 자신을 내어 놓은 적 없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한 편의 시. 인생들에게 혹여 깨어질세라, 아니면 그 껍질 그대로 일세라 노심초사 그 사랑의 손을 잡았다 폈다 하는 하늘의 그 사랑법을 성탄의 계절에 다시금 깨닫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