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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조정인"난감"

 

난감                                               /조정인

차라리 들고 있던 체리시럽을

엎질렀으면 좋았을 걸!



여자가 그만 노을빛 제 속내를

흘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상황을 주워 담아보려고 허둥대다

남자의 어깨에 이마를 비벼댄다

저거, 무슨 인사법인가 그러다가는

놀라 황망히 이마를 뗀다

가슴속 사과가 와르르 몰렸다가

제자리를 찾는다



그때 세상에는 없던 향기를

왈칵 쏟았던 것인데…

-시집 『장미의 내용』 /창비

 

사랑이라는 감정이 여자의 마음 안으로 스며들 때, 상대의 감정을 가지고 저울질 할 때, 또 조금 더 발전해서 밀당의 단계까지 진행되었을 때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또 한편으론 상대와 한층 가까워졌다는 마음까지를 아우르는 행동은 언제나 어색할 수 있다. 아니 어색하다. 그래서 여자는 ‘허둥대다 남자의 어깨에 이마를 비벼대’기도 하고 또 ‘놀라 황망히 이마를 떼’기도 한다. 난감해진다. 그러나 그 마음 안쪽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건 ‘세상에는 없던 향기를 왈칵 쏟았던’ 아름다운 광경인 것이다. 시인의 섬세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 미소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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