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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詩 산책]김보숙"어떤 시절"

어떤 시절                                  /김보숙

지붕 위로 던져진 유년의 치아가 궁금한 밤이다.

실에 묶인 송곳니는 어느 집 지붕 위에 심어졌을까.

빠진 이 사이로 혀를 밀어 넣으면 놀이가 되던 저녁,

은퇴한 구름 주위로 몰려오는 별자리의 이름들은

나의 첫 비문이 되었다.

유산을 하고 돌아온 어머니는 시차를 잃고

어지러워했다. 한 여름, 밍크담요 속으로

들어간 어머니의 발을 따뜻한 물로 닦아주면

먼 시차 속에서 나를 바라보던 눈.

아가야, 아가는 별이 되었단다.

입 안에 고인 물방울은 아무리 삼키려 해도

넘어가지 않았다. 그날 오빠의 일기장에는

‘달이 빨간데’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이 이빨을 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리토피아 겨울호 중에서

 

요즘이야 아이를 하나나 둘 낳고 만다. 아예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예전엔 장성한 맏이가 늦은 막내를 기르다시피 하는 일도 많았다. 한 집안에 아이가 여섯, 일곱, 열까지 이르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머니가 유산하고 돌아온 날 일기장에 빨간 달이라고 적은 슬픈 오빠의 문장을 이빨 간다로 오독한 누이의 천진한 세계가 그럴 듯해 보인다. 새 이빨이 돋아나는 시기, 이갈이 시기는 다음의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한 시기에서 다음 시기로 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대단히 예민한 시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이갈이 시기를 사춘기의 기억처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주변 상황을 읽어내는 작업보다 자신의 관심사에 국한된 작업으로 세상을 읽어내게 마련인, 이 시기의 기억을 찾아내는 시인의 눈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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