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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겨울 북천

 

겨울 북천                                                                                         /임동확

더 이상 거슬러 가지 못해 밑으로만 뻗어가는 강바닥

알고 보면 모두들 낱낱일 뿐인 모래알들이,

자갈들이, 갈대들이

별다른 회의도 없이 저마다 군락群落을

이룬 채 뒤엉켜 있다

그렇게 집단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얼어붙은 겨울 북천

몸통 잘려나간 채 머리만 남은 명태들이

겨우내 말라가고,

방한防寒의 옷가지라곤 날카론 촉수의

가시뿐인 호랑가시나무 한그루

오래 춥고 굶주릴수록 더욱 사나운

야성野性의 한겨울을 홀로 견디고 있다

-시집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솔





 

 

 

압록강 지류의 북천인지 경북 경주 토함산을 발원으로 하는 북천인지 알 수 없으나 형산강으로 흘러드는 경북의 북천은 우기 외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유로 겨울 북천은 메말라 있을 것이다.

북천으로 모여든 모든 것들도 덩달아 메말라있을 것이다.

푸른 잎 무성했던 나무가 여름내 걸쳤던 잎들을 서서히 버리듯이 수분을 버리는 일은 저마다 한겨울 야성의 추위를 꼿꼿이 견디는 방식이다.

‘몸통 잘려나간 명태들’도 ‘가시뿐인 호랑가시나무 한그루’도 수분을 몸에서 다 빼내는 방식으로 한때를 견뎌내고 있다.

‘알고 보면 모두들 낱낱일 뿐’이지만 ‘별다른 회의’를 하지 않아도 ‘군락을 이룬 채 집단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살아가야할 나약한 존재들이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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