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메아리 /김수복
죽고
다시 사는 일이란
아침에서 저녁으로 건너가는,
이 나무에게서 저 나무에게로 건너가는,
나의 슬픔에서 너의 슬픔으로 건너가는,
너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너에게로
죽음에서 이승으로 건너오는 일인 걸
새벽 눈발을 맞으며
새벽 산허리에 감기는,
훨훨, 죽음을 넘나드는 눈발이 되어
한 며칠 눈사람이 되어 깊이 잠드는 일인 걸
-시집, 『외박』, 창비, 2012
한겨울 눈사람을 본다. 지상의 온도만큼 산다. 하늘이 빚어 낸 사라짐이 예비된 하얀 삶, 그래, 죽고 다시 사는 일이란 아침에서 저녁으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건너가는 일, 슬픔이 나에게서 그에게로 건너가는 일인지도 몰라, 시간은 그대로인데 목숨만이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간다.
새로운 한 해가 왔다고 하나 물로 왔으니 물로 돌아가는 저 눈사람처럼 우리도 지난해의 마지막 눈발을 새해의 첫 메아리로 삼아 하얀 눈밭에 자신을 감추고 깊이 잠든 눈사람처럼 다시 사라지기 위해 잠시 깨어 살아져 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라는 물레에 하얗고 추운 생애(生涯)가 메아리로 감기는 것을 본다.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