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박성우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 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바닥이란 가장 낮은 곳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아무 꾸밈없이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몸에 세 개의 바닥이 있다고 했다.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손바닥’, 달콤한 바닥인 ‘혓바닥’, 냄새나는 바닥인 ‘발바닥’. 바닥을 보이고 닦아주고 핥을 수 있다면 ‘사랑’이라고 했다.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 그대여, 우리 그렇게 한 세상 건너가고 있는가, 서로의 바닥을 보이면서?
/박설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