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감옥 /김나영
지구의 한켠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경전(經典)은 나를 비껴 지나갔다.
파래서 너무 파래서 팡! 쏴 갈기고 싶은 하늘 아래
나는 치명적으로 젊고 건강하다.
출처- 『왼손의 쓸모』 / 206년 천년의 시작
가을 하늘이 너무 파래서 지천에 봄꽃 만발해서 신록이 미치도록 푸르러서 슬펐던 적이 있다. 제도가 한 개인한테 부과한 페르소나에 충실해서 살다보면 스스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신년에 한 친구는 사람의 기억이란 지워지지 않는다며 죽은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잘 살아야겠다는 각오 아닌 각오를 문자로 보내왔다. 헉! 죽은 뒤까지 감옥에 갇혀야 하는구나. 덜컥! 고로 상상 속에서만 “치명적으로 젊고 건강하고”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