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꽃 /진순분
광교산 오솔길에서 가끔씩 만나는 얼굴
뇌졸중 젊은 아내를 부축하며 걷는 남편
명치 끝 애이불비(哀而不悲)는 먼 산으로 비껴놓고
순례를 하듯 주춤주춤 가는 길 느리지만
따뜻한 차 한 잔 먹여주며 미소 지을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활짝 피는 사람의 꽃
당도할 산봉우리는 아직 멀고도 험한데
사랑은 주고 또 주어도 모자라서 안타까운
저 마음 웅숭깊은 곳 숭고한 꽃이 핀다.
시인은 신춘문예와 문학예술을 통해 시단에 나왔다. 시조시학상을 수상하였고,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슬프면서도 슬프지 않다고 말하며 사는 일들이 관조적인 시선만은 아닐 것이다. 산을 오르며 해 뜨는 아침과 저녁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생의 종착역을 향한 인생길만은 아니다. 소리 없이 죽어가는 세포, 흔적 없이 빠지는 머리카락, 생의 이면은 차갑고 아프다. 사람이 지닌 삶과 역량은 늘 다르다. 다른 빛과 색의 역량이 다르고 조화로운 삶의 결집된 에너지가 다를 것이다. 시인은 꽃을 통해서, 시간을 통해서, 죽어가는 것들을 미학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따뜻한 세상의 웅비를 호소하기도 한다. 세상이란 답은 없지만 시인은 인내로 배려하고 자신보다는 늘 타인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다. 세상이 너무 무섭다는 것을 시인은 더 많이 알고 생을 걸어왔기에 시인의 눈에 사물은 모두 꽃이기를 믿고 있는 아름다움이다. /박병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