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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하모니카

 

하모니카                     /김지유

나는 땅의 불, 그대는 하늘의 얼음,

깊은 안개가 품은 하룻밤 날 위해

이불 펴고 귓불 가득 바람 불어넣던

그대는 하늘 몰래 내려온 초승달,

입술 녹여 음악을 만들던 관능의 하모니카

헐떡헐떡 얼음에서 불씨가 깜박이고 불꽃 속

얼음이 숨통을 이어붙이는 백발의 새벽,

한 자락 소스라침이 꺼낸 심장 가득 꽂히는

얼음비늘,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러지는

내 외마디 비명에 움찔, 화상 입은 등 돌려

휘청휘청 어둔 계단 오르는 그대는

눈물 많은 하늘의 여자,

이 몸은 척박한 땅의 사내

 

아랫입술과 윗입술 사이에 하모니카를 끼워 물고 숨을 불어넣으면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난다. 하늘이라는 윗입술과 땅이라는 아랫입술이 벌이는 거대한 허공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상의 모든 숨소리들. 대지의 여성과 하늘의 상징인 남성의 결합으로 인류는 증가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내는 어떤 소리도 하모니의 파동이다. ‘땅의 불’과 ‘하늘의 얼음’이라는 극한이 만나도 지평선 끝에선 음악이 흘러나온다. ‘외마디 비명’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치환하는 시인의 세계를 엿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세상은 관능의 하모니카가 뿜어내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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