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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겨울동화

겨울동화                   /은결

금빛날개 금나비, 촉수 도르르 말고, 알몸으로 오므렸습니다. 금세 어는점이 되었습니다. 날개에 금이 가고, 금가루, 눈이 머는 동안, 소주 한잔과 끓는점을 생각했습니다. 벌써부터 몸은 빠알간 인두로 달아오릅니다. 내친김에 수신 안테나를 외계로 뻗어봅니다. 모락모락 알들이 부화하고 있습니다. 스크럼 짤 날을 꿈꿉니다. 결빙되는 동안, 바람 술술 넘나드는 장롱 속 수의 한 벌, 적도의 직사광선, 혹은 금빛날개 반사광이 반짝, 빛났습니다. 大 반란, 굶기로 했습니다. 분자와 분자 사이에서 두두두 교신이 오고 갔습니다. 지방질이 분해되고 뼛속으로 피가 돌기 시작합니다. 말렸던 촉수가 풀려 방향을 잡습니다. 조그맣고 뾰족하고 풋내 나는 연두에게로. 곧 물이 오를 것입니다.

 


 

은결 시인은 시와 의식으로 문단에 나왔다. 교단에 서있거나 황무지 벌판에 서있거나, 소리 없이 세월 건너 살아온 생의 숙련만큼 삶도 맑고 깨끗한 푸른 시인이다. 아흔아홉의 노모와 동행하면서 가슴에 남긴 건 모녀성의 그리움과 울림! 효녀라고 했더니 불효녀라 답한다. 문단자리에 시인이 보이지 않으면 아픈 건 아닌지 불안감이 든다. 수의 한 벌과 마주친 단상이 어제 오늘의 일만 아닐 것이다. 비상의 잠을 응시하는 시인의 겨울은 어떤 겨울일까? 차가운 땅속 얼어붙은 빛깔들과 사념하게 될 아픔이다. 시인은 태어나는 시작부터 늙어가는 걸음이지만 살아있는 날 비우고, 버리고 홀연하게 살 일이라 일깨운다. 참 내 누님 같은 꽃이여, 시인이여! 조용히 자리를 떠나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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