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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익숙해진다는 것

 

익숙해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 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귀가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고운기 시집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 창작과 비평사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새롭다거나 낯선 거리는 얼마만큼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진다. 처음으로 디뎌본 길, 처음으로 맛본 음식,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 사람들과 사물들도 마찬가지다. 오래되면 될수록 시간의 연륜이 배어 나오는 장롱처럼 시간은 언제나 기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를 맡긴다”는 것은 온전히 시간을 견딘다는 것이다. 기억 속에서 기억하는 “나”는 언제나 새롭다. “새로운” 나는 언제나 “오래”된 “나”이다.

/권오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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