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흥시에 소재한 A업체 김모 대표는 이달 초 평소 친분이 있었던 B은행 직원으로부터 달콤한(?) 제의를 받았다. A업체가 C은행에서 받은 담보대출 5억원을 B은행으로 갈아타면 금리가 현 3.5%에서 2%대로 낮출 수 있다는 제안이다.
B은행 직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시행 중인 이차 보전 사업을 통해 B은행의 금리인 4.3%에서 2% 금리를 보전받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대출 대환을 권한 것이다.
2. 최근 중진공 한 지역본부에 A은행 직원이 찾아왔다. A은행 직원은 이차 보전 지원 사업에 참여할 6개 기업 신청서를 기업 대표 대신에 제출하겠다며 방문했다. 타 은행에서 대출 중인 업체들을 모아 A금융사로 끌어오기 위한 영업전략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이 올해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중소기업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 시행한 ‘이차보전 방식 운전자금 지원 사업’이 사업 초기부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차 보전을 악용한 은행권의 ‘대출 갈아타기’(대출 대환) 영업이 성행하는 한편, 신용도가 우수한 우량 중소기업에게 자금이 집중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진공은 올해 5천억원 규모(대출금 기준)의 이차보전 지원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경기지역에는 약 979억원이 배정됐다.
시중은행이 자체 재원으로 대출하면 정부가 대출금리와 정책금리 간 차이를 2~3% 보전(인하)해 민간 자금을 정책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은 사업 개시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도내 지역본부의 배정액을 이미 초과했다.
356억원이 배정된 경기지역본부(남부)는 1~2월 접수에서만 121건 신청에 금액은 535억원으로 배정액을 이미 넘어섰다.
259억원과 200억원이 각각 배정된 도내 북부와 서부지부의 신청액도 배정액을 초과했고 동부지부(150억원 배정)는 1월 신청 폭주로 2월 신청을 하반기로 미뤘다.
이차보전 사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진공 측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은행권 중심으로 수요를 발굴하는 사업 구조로 진행되다 보니 우량 중소기업들을 서로 모시기 위한 금융권의 신종 영업전략으로 변질됐기 때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자금과 시중은행 자금은 심사부터가 다른 구조”라며 “보통 일반 은행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인 업체들이 정책자금을 이용하지만 일반 은행에선 리스크 부담이 커 우량 중소기업(3등급 이상)을 추천하거나 이를 이용해 ‘갈아타기’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중진공은 지난달 말 시중 은행에게 대출 대환을 금지하고 담보력과 신용도가 취약한 기업 위주로 추천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또 이미 접수한 업체 가운데 1~3 등급의 우량 중소기업은 실사를 통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강경책도 내놨다.
중진공 한 관계자는 “우량 중소기업들을 위한 대환 대출이 성행해 우선 육안으로 확인되는 사례는 반려시키고 있다”며 “이익을 추구하는 은행권이 저 신용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이번 사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혜택이 우량 기업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