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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박병두

갓바위로 소풍 가면

술래잡기, 보물찾기를 하다가

비를 맞아 젖은 도시락 먹으며

우정을 키웠다.

교련복을 입고 행군하여

우황리 앞바다에 도착하면

무거운 혁대 벗고 수통의 꼭지 열어

바닷바람을 맞고 땀을 식혔다.

부글부글 국물이 끓는 포장마차에서

떠나간 여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우리는 사연을 키우고 추억을 남겼다.

곤곤한 술기운들로 무서운 화학선생님 곁으로

소주잔 건네면, 봄날의 소풍은 만점이 되었다.

이별하고 싶지 않은 그리운 것들이여,

공룡화석이 남아 있는 그곳은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서울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기러기들이 떼를 이루던 우황리 해변

그곳으로 소풍 가고 싶다.

-리토피아 겨울호에서

소풍 가는 날이 기다려지던 시절도 있었다. 만국기 휘날리는 교정에서의 운동회도 추억 중의 추억이지만 먼 들길 산길 걸어 걸어서 계절의 자연 속으로 뛰어드는 소풍도 나름대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온갖 장사꾼들이 동행하여 모처럼 마음껏 군것질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으니 어린 마음에 그보다 더 좋은 날이 또 있으랴. 다 자란 후에 그 시절 소풍지를 돌아보면 대부분은 씁쓸하다. 특히 어린이들이 줄어들어 시골이 피폐해지면서 문 닫은 초등학교도 있는 판이니 소풍지가 추억만큼 신명나는 장소로 남아있기는 힘이 들 것이다. 그런데 또 반면 그런 소풍지들이 지방의 명소로 변하여 화려한 새 모습을 보이는 곳들도 적지 않다. 해남의 우황리 해변이 그런 듯하다. 공룡유적지로 탈바꿈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는 시인의 옛 소풍지는 이제 추억 속에나 머물러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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