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천양희
작은 꽃이 언제 다른 꽃이 크다고 다투어 피겠습니까
새들이 언제 허공에 길 있다고 발자국 남기겠습니까
바람이 언제 정처 없다고 머물겠습니까
강물이 언제 바쁘다고 거슬러 오르겠습니까
벼들이 언제 익었다고 고개 숙이지 않겠습니까
아이들이 해 지는 줄 모르고 팽이를 돌리고 있습니다
햇살이 아이들 어깨에 머물러 있습니다
무진장 좋은 날입니다
-천양희 시집 ‘너무 많은 입’ / 창작과 비평사
펼쳐진 풍경을 보는 일만으로도 좋을 때가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스스로 자연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좋다”로 전이될 때 우리에게 전달되는 감정은 배가된다. “다투”어 피려고 경쟁하거나 “발자국”을 남기려고 악착같이 하나 더 얻으려는 많은 이름들의 욕망들. “좋은날”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거슬러”오르는 일 없이 순리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대로 “벼들”처럼 겸손하게 살 일이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