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는 가자 울고 /윤형돈
추억을 견인하러 갑니다
주차한 세월이 너무 길어
한 떼거리의 슬픔과
한 종지의 아침이슬을 마시고 갑니다
교외선 열차가 백마역쯤에 닿으면
녹슬어버린 화사랑
-중략-
마른 씨앗이 된
박제 가슴을 누군가
허브농장에 옮겨 심어 놓았군요
이번 겨울이 올 때 까지만
어딘가 꿀 풀 속에 숨어 있을
로즈마리 여인을 기다려보려구요
백마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 데
남루한 유행가처럼.
시인의 안부가 아주 멀다. 정보통신 시대의 창은 예민하지만, 홍수 속 대화는 짧아진 전자매체뿐 아니다. 인간적인 절차가 생략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랑의 안부를 전하기도 어렵지 않은 시대지만 닿을 듯 손에 들어오지 않는 사랑의 연애는 살아있는 동안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정리할 일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살아가면서 부탁할 일도 많아진다. 가벼워지려면 더 많은 것이 걸리고, 익숙한 시들의 노래는 만나보니 머릿속을 맴돈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은 몰랐던 것이나 다름없겠지만 만남과 안부의 노래는 여전하게 사랑스럽기만 할 것이다. 시인의 무게가 느껴진 날 앰프 음성이 사랑과 대화 속 이야기들이 전해주고 전위된 몸속 가슴앓이처럼 오버랩 되는 순간 무상한 정적한 밤을 더 오래도록 밝혀두고 있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