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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코팅목장갑

 

코팅목장갑                /이장근

작업을 마치고 벗어놓은

너덜너덜한 코팅목장갑 붉은 손바닥에도

손금이 있다

손바닥 가운데를 가로지른

굵은 지능선 위에 평행 맞춰

시원스럽게 뻗은 감정선

잘은 몰라도 똑똑하고 따뜻한 사람이겠다

새끼손가락 밑에 보일락 말락

수줍게 그어진 결혼선까지

소꿉놀이하듯 알콩달콩 살겠지

그런데 세로 선이 모두 어디로 갔을까

-중략-

운명도 돈도 생명도 모르게

작업을 마치고 장갑을 빠져나간 손

탈피하듯 허물을 벗어놓고 떠난

하루살이의 날아간 자리를 가늠해본다

붉게 펼쳐진 노을 위로 새가 난다

하루치 손금을 긋는다

출처-이장근 시집 꿘투-2011년 삶이보이는창



 

손바닥을 살짝 펴면 손금들이 펼쳐진다. 수많은 줄무늬로 이루어진 잔금들로 우리의 운명을 확실하게 점쳐볼 수 있을까? 그러나 시인의 눈은 손바닥의 손금이 아니라 코팅목장갑 붉은 손바닥 위에 새겨진 손금을 보고 있다. 코팅목장갑 손금들이 시원스럽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가만 보니 “감정선”과 “수줍게 그어진 결혼선”까지는 있는데 세로선이 보이지 않는다. 운명선과 재물선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둘이 없다고 해도 하다못해 “생명선”은 있어야 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이기에 “생명선”만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코팅목장갑에는 없는 선들이다. 시인은 코팅목장갑의 손금을 통해 힘없는 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코팅목장갑조차도 낄 수 없도록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아슬아슬한 생명선 위에서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그들의 겨울에게 미안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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