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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지방공무원 수원시 행정의 달인(達人)

 

공무원들은 책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그들은, 성공하거나 실패한 수많은 결정에 참여했으면서도 그 과정과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례가 드물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공무원들이 남긴 기록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얼마 전 공직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친구가 동료 공무원과 함께 ‘대한민국 목민심서’를 출간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높이 평가하고 편지까지 보내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서로 공사가 다망한 가운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탓에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수개월 전에 친구로부터 출간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사실 친구는 행정 전략가이다. 소담한 자리이거나 산을 오르면서 ‘문화의 도시, 수원’을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친구의 통찰력과 행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늘 예사롭지 않았다. ‘대한민국 목민심서’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고(故) 심재덕 시장의 비서로 있으면서 심 시장과 함께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며 고뇌 어린 대화를 많이 나눈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목민심서’는 친구가 활동하고 있는 ‘다산을 사랑하는 수원시 공무원 모임’이 쓴 책이다. 지난 5년여간 이들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함께 따라 읽으며 공부했다. 1년 6개월간 다산 생가와 유배지를 답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이들은, 지방행정 현장의 문제와 사례들을 모으고 토론하면서 현대판 ‘목민심서’를 내놓은 것이다. 제목을 ‘대한민국 목민심서’라 이름 붙였다. 이 책은 다산 탄신과 때를 같이해 250주년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공직사회의 내부를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공직자들이 하는 일, 또 그들의 고민과 애환까지 엿볼 수 있는 일반 시민들을 위한 행정학 분야의 교양서다. 해마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시민들은 분노한다. 하지만, 어떤 부서에서 그런 일을 하는지, 왜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공직사회는 어떻게 조직되어 있고,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지, 공무원들의 의사결정과정에는 어떤 문제들이 개입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겪는 공무원들의 고민과 애환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밝혀 공무원에게 가졌던 시민들의 오해를 없애줄 것이다.

청렴한 공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장보웅! 다산의 정신을 본받아 이 책을 쓴 그를 비롯해 지방공무원으로서 도시의 미래를 위한 행정 철학을 공유한 공무원들 모두가 참 대견하고 아름답다. 공직이란 길을 걸으며 공과 사를 떠나 남다른 뜻을 지닌 길을 걷다 보면 시샘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는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직의 질서가 그러하고 경쟁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기를 늘 받게 마련이다. 그래서 친구는 오래전부터 고민 또 고민하며 책을 내게 되었는데, 뜻밖에 반기문 총장까지 찬사를 보낸 터여서 친구가 자랑스럽기도 했다.

일명 장보고로 불리는 장보웅. 한때 자신이 모시던 상곡 선생님이 떠나신 뒤, 허탈한 심사로 세월을 낚으며 필자와 외롭게 지내야 했고, 늘 불면의 밤을 보내며 시련으로 방황했다. 그런 그가 행정안전부가 선정하는 행정의 달인 한명으로 선정됐다. 행정의 달인은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무숙련도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도가 높은 공무원을 의미한다. 지난 15일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 시상식을 가졌다. 친구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고뇌의 과정과 아픔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면을 줄이고 고독한 시간을 걸어가는 일면의 생활들을 깊게 알고 있는 터라 위로와 격려를 많이 보내주고 싶다. 열심히 살다보면 스스로 아픔을 희석시키는 영광을 앞으로 더 많이 누릴 것이다.

친구처럼 조직을 사랑하고 ‘문화의 도시, 수원’을 갈구하는 공무원도 드물 것이다. 정조와 다산의 숨결이 숨 쉬는 수원에서 염태영 시장까지 인문학에 대한 열망을 담금질해 시민들도 변화하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시상식 때 필자는 연수강의로 축하의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행정의 달인’이라는 친구를 가까이 둔 이로써 참 행복하고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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