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
  • 흐림강릉 24.5℃
  • 서울 23.9℃
  • 흐림대전 27.2℃
  • 흐림대구 27.4℃
  • 흐림울산 26.0℃
  • 흐림광주 26.5℃
  • 박무부산 24.9℃
  • 흐림고창 27.8℃
  • 구름많음제주 28.0℃
  • 흐림강화 23.2℃
  • 흐림보은 26.1℃
  • 흐림금산 27.7℃
  • 흐림강진군 26.1℃
  • 흐림경주시 26.3℃
  • 흐림거제 25.7℃
기상청 제공

 

못 꿈         /맹문재

양 발바닥은 못투성이

어떤 못은 발등까지 올라와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못뽑이 삼아

이를 잡듯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손댈 때마다 겨울바람을 맞는 얼굴처럼 따가와도

수박을 먹는 것처럼 시원했다

뽑아놓은 못마다 피가 묻어 있었지만

물린 모기를 잡았을 때처럼 후련했다

피를 무서워하지 않다니, 나는

보리밭으로부터 멀어져 있구나

보리밭 끝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못을 계속 뽑았다

어느덧 손은 피범벅이고

얼굴에도 피가 묻었다

맨발로 못을 밟고 온 나를

맨손으로 못을 뽑고 있는 나를

누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맹문재 시집, 『사과를 내밀다』(실천문학사, 2012)

 

지금 우리는 마치 설산(雪山)을 오르는 산악가처럼 날카로운 아이젠 몇 개씩 내 발에 박고 인생을 오르는 것은 아닐까? 내 발바닥이 못 투성이라면 내 발길에 밟혔던 풀들과 꽃들과 벌레, 그 길에서 만난 모든 생명들에게 얼마나 미안한가. 인생은 오직 내 발의 튼튼함으로 가는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찌르고 상처 내며 걸어온 길, 피 흘리며 걸어온 길 그 피의 발자국을 돌아본다. 내 발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마침내 내 발에 박힌 야생의 삶, 탐욕의 못들 하나씩 하나씩 뽑을 수 있다면, 그래서 마침내 못이 아닌 맨발로 걸을 수만 있다면 누가 내 손에 묻은 피, 상처 난 맨발을 무시할 수 있으랴. 오늘 나는 내 발의 못을 뽑고 싶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