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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김완하

뻐꾹새 소리 따라 걷는다

산 속 들어도

뻐꾹새 보이지 않고

소리만 환하게 산을 울린다



뻐국새는 나무 위에서 우는 게 아니다

내 속에서 울고 있다

숲으로 한참 걸었는데도

소리만 울창하다



뻐국새 어디에 있는 걸까

산 속 깊이 들어갈수록

소리만 더욱 울울창창하다

소리는 다만

산으로 나를 끌어당길 뿐,

뻐꾹새 좀체 몸을 보이지 않는다

- 김완하 시선집 『어둠만이 빛을 지킨다』 천년의시작(2008)

 

 

 

인생은 소리에 취해 살다가 문득 소리의 보이지 않는 실체를 발견할 때 허무와 겸손을 배우게 된다. 뻐꾸기 소리 따라 들어 산길에 뻐꾸기는 없고 소리만 있다는 것, 뻐꾸기가 나무위에서 우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울었다는 것, 세상은 실체보다 소리로만 웅성거리는데 우리는 그저 소리만 쫓아 보이지 않는 뻐꾸기를 향해 산길을 들어선 것은 아닐까? 소리는 우리를 끌어당길 뿐 형태가 없다.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뻐꾸기는 어쩌면 내 안에서 울고 있는지 모른다. 산길에서 만나야 하는 것은 나무 위에서 우는 뻐꾸기가 아니라 내 안에서 울고 있는 진짜 ‘나’인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이 노래하는 산길에서 소리만 따라 오르기만 했던 인생 그 발길 멈추고 내 안의 뻐꾸기를 만나라는 경구(警句)처럼 들린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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