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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아침 릴레이

 

아침 릴레이                /다니카와 슌타로

캄차카의 젊은이가

기린 꿈을 꾸고 있을 때

멕시코의 아가씨는

아침 안개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욕의 소녀가

미소 지으며 잠을 뒤척일 때

로마의 소년은

기둥 끝을 물들이는 아침 햇살에 윙크한다

이 지구에서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들은 아침을 릴레이하는 것이다

경도(經度)에서 경도로

말하자면 교대로 지구를 지킨다

자기 전에 잠깐 귀 기울여보면

어딘가 먼 곳에서 알람시계가 울리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가 잘 받았다는 증거인 것이다

출처-김응교 옮김 다니카와 슌타로 시선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2009년 문학과지성사


 

 

 

캄차카의 젊은이가 “기린 꿈을 꾸고 있을 때”, 멕시코의 한 아가씨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고, “뉴욕의 소녀”가 “잠을 뒤척”이고 있을 때, “로마의 소년”은 “아침 햇살에 윙크”한다. 이 거대한 지구의 아침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바통을 이어주고 있다. 그러나 아침은 어떤 이에게는 달콤한 시작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간신히 눈을 떠야만 하는 곤혹한 시작이다. 우리는 삶의 문을 매일 열어야 한다. 삶의 대한 긍정 이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운명은 정해져 있기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청춘의 시간은 늘 아픔이 있다는 식의 위로이다. 이러한 사유가 삶의 본질을 흐려놓는다. 고통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에게 진실을 되물어야 한다. 안개 속에서도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가야한다. 그래야 지구의 역사는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니까. 오늘 아침 우리는 처음 만나는 벗에게 혹은 역사에게 어떤 바통을 넘겨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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