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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꿈꾸는 식물

 

꿈꾸는 식물                                                                                        /김윤이

침을 흘렸다 아이는

붉은 벽돌을 갈았다 아이는

그 사이에 낀 이끼를 긁었다 아이는

밥상을 차렸다 아이는

손바닥만한 그늘 안에서 놀았다 아이는

문은 밖에서 잠겼다 아이는

땅따먹기를 했다 아이는

넓어졌다 아이는

이파리의 뒤척임을 말하지 않았다 아이는

창가 햇빛이 눈부셨다 아이는

목이 말랐다 아이는

개미를 손가락으로 눌러 죽였다 아이는

누구도 물을 주지 않았다 아이는

문고리를 핥았다 아이는

점점 베란다를 기어올랐다 아이는

혼자 자랐다

- 출처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창비시선 (2011년)

 

 

 

“당신에게는 어떤 방에 대한 기억이 있나요?” 나지막이 묻는 것 같다. 과거형 시제가 자꾸 현재로 읽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혼자 밥 먹고 혼자 아프고 혼자 뒤척이면서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를 장난감 삼아 노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아이를 노인으로 바꾸어 읽어도, 다른 고유명사로 바꾸어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너무나 순해서 아니 세상이 너무 어두워서 혹은 다른 방법이 없어서 밖에서 잠근 문, 다행인 것은 그 안에서도 시계는 째깍거리고 위태로움 속에서도 살아있는 것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 다는 것, 어떤 방의 풍경을 잘 읽었다. /박홍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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