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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양문규

환한 하늘이 꽃을 내리는가


천둥 번개 울다 간

천태산 여여산방


소담하게

꽃이 열린다


햇살, 햇살이

가장 환장하게 빛날 때


저 스스로 꽃을 던져

몸을 내려놓는


그 꽃무늬를

핥고 빠는 벌과 나비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 들여다보는데


미루나무 이파리 우수수

허공을 날며


돌아갈 곳이 어딘가 묻는다

-문예지 『리토피아』 2012년 겨울호

 

우리는 더러 풍경화의 하얀 여백에 묻히고 싶을 때가 있다. 천태산 아래 ‘여여산방(如如山房)’이라는 자기만의 방(房)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 한적한 마당에 핀 구절초를 만나고 있다. 시인과 시간의 풍경이 꽃과 나비처럼 한 공간에 펼쳐져 있다.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마치 오려 놓은 우주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인의 등에 언뜻 시간의 그늘이 비친다. 보일 듯 말 듯한 생애의 문양(紋樣)이 미루나무 이파리에 묻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을 본다. 시인이 옮겨놓은 구절초 풍경은 여여산방 마당에 맴도는 시간과 생명의 따듯하고도 상쾌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 준다. 하늘과 시인과 구절초가 하나로 만나는 시간의 툇마루에서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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