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을 꿈꾸는 누에섬 /안희두
안산시 누에섬은
뽕잎 바다를 다 먹었나
고치를 짓고
하늘을 날고 싶은가
하늘에 비단을 펼쳐놓고
하루에 두 번
팔을 내뻗으며
육지로 점점 기어가려다
바다에 풍덩
뽕잎에 풍덩
부처님 손바닥에서
재롱을 떤다
안희두 시인이 수원문협회장으로 출발했다. 학교장으로 버거운 삶을 지역문인들을 위해 수고하게 됐다. 축하한다. 시화방조제가 생기면서 안산 누에섬은 섬 아닌 섬이 되었다. 이 섬은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다. 이 섬에서는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 육지에서 누에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섬에는 밤바다를 달리는 배들의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있다. 산업화로 인해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안산 누에섬, 누에섬으로 향하는 갈라진 바닷길 위에 서면 과연 이곳이 바다인지 육지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래서일까? 이 시에서는 ‘안산시 누에섬은 뽕잎 바다를 다 먹었나’라고 하며 사라진 바다를 회상한다. 시적 화자는 ‘고치를 짓고 하늘을 날고 싶은가’라고 하며 누에섬이 땅과 하나가 되고 더 나아가 비상하려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연의 섭리를 저버리는 법, 누에섬은 ‘육지로 점점 기어가려다 바다에 풍덩 뽕잎에 풍덩’ 한다. 그래서일까?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부처님 손바닥에서 재롱을 떤다’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박병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