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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껌을 씹는 동안에

껌을 씹는 동안에    /박홍점

아귀가 아프도록 껌을 씹는다

차창 밖 풍경들이 휙휙 지나간다

꽤나 심각했던 울음이 휙휙 지나간다

늙은 어머니가 불구의 오빠가 질겅질겅 씹힌다

다 알고 있다고 말없이 나를 씹었던 그를

질겅질겅 씹는다

씹어도 씹어도 뼈와 살이 되지 않는 것

나는 쉽게 씹는 일을 멈출 수 없고

생각 없이 의자에 앉아 껌을 씹고 있을 때

중환자실 아버지는 저 세상으로 가고

어린 아들은 똥통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자면서도 걸으면서도 말하면서도

씹을 수 있는 껌

아무 곳에서나 입을 벌리는 단단하지 못한

나의 눈물이

말랑말랑한 내가

다 읽지 못한 페이지들이 부담 없이 넘어가고

이 악물었던 시간이 간단없이 씹히고

살아온 날들을 살아갈 날들이 꼭꼭 씹힌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 또 나를 씹는 걸까

귀가 가렵다

 

시인의 걸어온 숨은 내공들을 읽어내기란 고뇌다. 세월의 강을 건너고 생활 속 현실에서 잠시 멈추지 않고 걸어온 새벽 같은 아픔은 어디에 두었을까. 한 해 고비를 넘기고 다시 세상과 싸우면서 사랑하는 가족의 역사가 여기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있다. 슬픔도 참기 어려운 일들을 밤낮으로 윤회하는 시간들의 장막에 깊은 고요와 손을 잡고, 탄식한 새벽을 맞이하면서 아무도 들어주질 않는 가슴앓이 풍경들이 체감될 때 한 세월이 가고 오기보다는 비명에 가득한 호흡들로 잔치를 벌인다. 누구인들 숨겨둔 아픔의 세월이 없을까. 유년의 혀가 아프도록 품어내는 생의 분출구를 밟아가면서 소리 없는 눈물을 듣고 있는 시인의 숨소리가 처연하지 않은가! 가지가 많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법, 그 바람은 염려할 시간을 세상은 냉혹하게도 그냥 두지 않기에 더 아프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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