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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박경희

그대와 헤어지고 걸었던 정읍역

터진 가슴 단풍나무에 걸어놓고

세워둔 자전거 헛바퀴 돌 듯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울었다

전선 위, 우두커니 하늘바라기 하는

비둘기 날아와 쿡, 쿡

흐트러진 물웅덩이 속으로

들어간 그대, 그림자만 흔들렸다

자전거 바퀴살에

갈라지는 햇살을

울먹이는 손으로 자르다가 바라본

수타 자장면

퉁퉁 부은 가로등 밝히며

울고 있는 자장면을 먹었다

이별하고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배고픔이

뚝뚝, 불빛으로 흔들렸다

그대와 걸었던 발자국이 번져

단풍잎으로 남은 곳에서

출처 - 박경희 시집 『벚꽃 문신』- 2012년 실천문학사

 

 

 

 

 

어느 소설가의 수필에서 본 기억이 있는 이야기다. 남편과 자식을 거의 동시에 잃고 자신에게 이런 시련과 고통을 주신 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간절히 구하던 중에 응답처럼 배고픔이 찾아왔다. 그렇게 어느덧 찾아드는 배고픔이 신의 뜻이었다고.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고통 속에서 만난 “수타 자장면”이라니. 이 시를 읽으면 인생의 굽이마다 자장면과 함께 했던 개인의 역사가 애달프면서도 해학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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