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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김충규

거대한 군불을 쬐려고 젖은 새들이 날아간다

아랫도리가 축축한 나무들은

이미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운 연기 한 줌 피어오르지 않는 맑은 군불,

새들은 세상을 떠돌다 날개에 묻혀온

그을음을 탁탁 털어내고 날아간다

깨끗한 몸으로 쬐어야 하는 맑은 군불,

어떤 거대한 흰 혀가 몰래 천국의 밑바닥을 쓱 핥아와

그것을 연료로 지피는 듯한 맑은 군불,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어둠을 간신히 밀쳐내고 있는 맑은 군불,

그곳으로 가서 새들은 제 탁한 눈알을 소독하고 눈 밝아져

아득한 허공을 질주하면서도 세상 훤히 내려다보는

힘을 얻는다

출처- 『아무 망설임 없이』 / 문학의 전당 2010년

 

 

 

붉게 물든 석양을 군불로 본 시인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지친 것들을 잠시 불러들이는 군불, 젖은 것들을 말려 주는 군불, 어머니 같은 군불, 강물 같은 군불, 사랑방 같은 군불, 탁한 눈알을 소독하고 다시 힘을 충전하는 생성의 시간이다. 공원을 돌던 여자도 강아지도 군불을 바라보고 정면으로 서서 서쪽 하늘을 오래 응시한다. 그러면서도 몇 발짝 자리를 내어주며 손짓하는 열려 있는 시간이다. /박홍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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