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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Happy Birthday

 

Happy Birthday      /김륭

잠 속에 손을 집어넣었더니

머리끄덩이가 잡혔다

고백건대 나는, 내 죽음이

축하 인사 한마디 없이 스르륵

사라질까 두려운 것인데

랄랄라, 케이크 대신 콘돔을 사온 그녀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의 반을 잘라

비석을 세웠다

머리끄덩이에 불을 붙였다

남의 꽃밭에 버렸던 그림자를

다시 찾았다

출처- 김륭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문학동네

 

 

 

 

 

 

 

 

 

생일은 행복할 수만 없는, 내가 이 세상에 무지막지 내던져진 날이다. 어미의 자궁 속에 낯선 손이 불쑥 들어와 ‘머리끄덩이 잡혀’ 끌려나온 이 세상, 하나의 사건이다. 지극히 낯선 시간과 공간을 부여받고 허둥지둥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안 생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간다. 긴 세월 흘러가다가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를 수 있고 어느 한 순간 돌발적인 죽음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시 속의 화자처럼 아무도 모르게 ‘스르르 사라지는 죽음’을 두려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생이 없다면 죽음도 없을 터, 남녀의 관계에서 어떤 생이 시작된다. ‘머리끄덩이에 불을 붙’이고 ‘꽃밭에 버렸던 그림자를 다시 찾았다.’ 나도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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