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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봄날의 점심

 

봄날의 점심                                                                /엄승화

꽃이 만발하면 함께 먹자구요

그러면 무섭도록 정이 들어요

덩굴꽃이 담장을 넘으면 미울 지경이에요

오 오 탄식하며 주저앉아 울어요

물이 든 길을 걸어 오르면

당신의 간소한 식탁이 가장 화려해요

무엇보다 당신의 발놀림이

음악이어서

가난한 어깨 무거운 줄도 몰라요

푸른 것을 씻고 붉은 것을 그 위에 놓아

나르는 당신은 요술을 부리지요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입 속에서 소리를 내며

탁탁 꽃이 터지고 있어요

 

 

 

간소하지만 사랑이 있어 화려한 식탁, 가난하지만 사랑이 있어 가벼운 어깨, 꽃이 만발한 봄날 사랑하는 이와의 아, 무섭도록 정이 드는 식사.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탄식하는 이여, 울어도 괜찮다. 입 속에서 꽃이 터지는 그 설렘, 꽃이 만발한 봄날의 점심,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아름다워 슬프고 슬퍼 아름답다. 머지않아 기다리는 이가 음악처럼 오리라. /조길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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