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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무너진 상자

무너진 상자                                                                                                 /김상미

얼마 동안 상자 안에 갇혀 있었을까? 상자 안에 갇혀 있었을 땐 오랫동안 빛을 쬐지 못해 아직도 세상이 캄캄한 줄 알았다. 그래서 누가 내게 먹이를 주는 것만으로도 최대의 축복으로 여겼다.



그러다 나는 보았다. 결코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보고 말았다. 희미한 달빛 아래 낮게 낮게 조용조용 춤추는 푸른빛! 나는 손을 뻗어 그 푸른빛 하나를 땄다. 십자형의 네잎클로버! 그러자 상자 안 여기저기 균열이 생기면서 상자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너진 상자를 넘어 네잎클로버를 가슴에 품고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달빛도 밝아졌다. 달빛이 점점 밝아질수록 내 가슴에 품은 네잎클로버도 쑥쑥 자라났다. 나는 달리고 또 달리면서 네잎클로버가 내뿜는 향기를 맡았다.



희망의 향기! 그 향기를 맡으며 나는 나를 상자 안에 가두고 내 자유를 빼앗고 내게 먹이만을 준 그들을 하나하나 떨쳐냈다.



이제는 아무도 나를 달리는 이 길 위에서 붙들지 못하리라.

누구도 붙들 수 없으리라.

-2012년 시와 경계에서 발췌-

 

일명 스타 시인 중 한명인 김상미 시인의 시는 발랄하면서도 시가 품고 있는 의미는 갓 갈아낸 낫의 날을 가지고 있다. 상자란 제도권이란 것을 연상시키고 자신을 가두는 억압의 굴레나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상자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개인의 혁명이자 또 다른 변화를 향한 지향이다. 이 상자를 무너뜨리는 것은 우리가 풀밭에 가 풀의 키로 쪼그려 앉아 이리저리 살펴서 찾은 네잎클로버이다. 거대한 것의 출발점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결국 네잎클로버 같은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이 시에서 네잎클로버를 통해 시인은 자유를 얻는다. 이처럼 한파가 연일 몰아치는 날에 불씨같이 묻어둔 작은 그리움이 이처럼 거대한 엄동의 날을 견디고 이겨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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