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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박광순

부르지 않았건만

보송한 얼굴을 내민다

종소리 뒤로



푸른 빛 머금는 가지 위

춘곤증을 즐기는 꿈

까치 홀로 바쁘다



황사 뒤에 숨어서

아지랑이 되었다

때 이른 숨바꼭질



코를 간질이는 바람

남녘의 꽃소식 전하니

재치기 속에 발아 중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봄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포근한 그 정감 때문에 춘곤증이 찾아온다. 박광순 시인의 <봄>에는 그러한 봄의 향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이장희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가 떠오른다. 이장희 시인은 고양이를 통해 봄의 계절 속에 숨어 있는 포근함과 나른함, 영롱함, 심술궂음 등 다양한 속성을 표현했는데, 박광순 시인의 이 시에서도 봄의 포근함과 나른함뿐만 아니라 다양한 봄의 속살이 엿보인다. 3연의 ‘황사 뒤에 숨어서 아지랑이 되었다 때 이른 숨바꼭질’에서 알 수 있듯이, 봄은 얄궂은 속성도 있다. 또 4연의 ‘코를 간질이는 바람 남녘의 꽃소식 전하니’에서 알 수 있듯이, 황사먼지로 우리를 괴롭히는데도 불구하고 봄은 우리에게 그래도 길조인 ‘까치’처럼 반가운 것이다. 그러니까 ‘재치기’로 우리가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꽃들이 ‘발아 중’인 것 아닌가. 이 시를 읽으면 반가움과 고마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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