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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빛의 경전

 

빛의 경전                                                                /손병걸

점자책을 펼치니

와르르 쏟아진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흩어진 점자를 더듬어 가는데

들려온다, 별들의 이야기



팽팽한 점자처럼 별들도

광활한 우주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빛나고 있기에

거대한 경전을 읊는 것이라고,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둠 속

비루한 생활의 문을 열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삶이

빛나는 경전을 집필하는 것이라고,



밤새 소곤대는 별들을 따라 걷다보니

짓무른 손가락 끝이 화끈거리고

어깻죽지 목덜미가 뻐근하지만

몸속에 알알이 박힌 별들 탓일까?



창문 너머 별빛 점자를 찍어가는

가파른 새벽 발소리

맨홀 속 은하수, 물소리도 환하다

<출처-손병걸 시집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2011년 애지>

 

 

 

그는 손가락 끝으로 세상을 읽는다. 지팡이로 톡톡 세상을 두드린다. 소리로써 본다. 소리를 통해서 그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하나씩 열고 들어간다. 이전에는 보였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손가락 끝으로 ‘점자책을 펼치자’ 별들의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별들이 읽는 거대한 우주의 경전을 그도 함께 읽는다. 세상 밖으로 드러난 거대한 환영(幻影)에 가려진 빛나는 경전을, ‘비루한 생’들이 집필하는 가장 아름다운 경전을 그는 시로 펼쳐 보여준다. 손가락 끝으로 읽는 점자는 별이 되어 밤하늘처럼 깜깜한 마음의 통로를 비춰 준다. 아무도 읽지 못하는 빛의 경전을, 빛을 잃어 버린 그가 손가락 끝에 달린 열 개의 눈으로 읽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맨홀 속에서도 흐르고 있을 은하수, 물소리들의 경전을 듣고 보라고.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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