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공방 /박병두
내 곁을 떠나시고
붉은 흙으로 차디찬 집을 짓고
독수공방하고 계실 어머니
한 송이 마른 꽃이 되어
떨어지기라도 하고 시들어질 것이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날들을
캄캄한 어둠 속에 묻어놓고
한 송이 국화와 함께 누워 계실
당신의 이름
어머니
출처- 박병두 시집 『해남 가는 길』2013년 고요아침/열린시학
과부의 삶은 독수공방이라 고독하고 쓸쓸하고 허전하다. 사랑했던 남편이 사무치게 그립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 재혼도 쉽고 타인들과의 활발한 교류로 외로움은 어느 정도 상쇄시키며 산다. 또 가족과 함께 지내는 동안은 죽음도 그렇게 가까이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편이나 어머니, 가족의 죽음도 쉽게 잊고 웃음을 회복하며 사는 걸 거다. 나는 왜 그동안 그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 어머니도 무덤에서 오랫동안 독수공방하시며 제대로 흙으로 돌아가지도 못하셨다는 것을. 죽음도 쓸쓸함을 느낀다는 것을. 여기서 시인의 마음씨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무덤 속 어머니도 썩어가는 허벅지를 바늘로 찔러대며 허전함을 달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도 첨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