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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을 읽는다

 

우리에게 ‘집’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집’이라는 말에 보호와 휴식, 따뜻함과 애정의 의미를 덧붙인다.

한마디로 집은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농축된 문화의 결정체다.

그래서 집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원형이 담겨 있다. 집을 보면 그곳의 사람들이 자연, 역사, 문화적 환경과 함께 호흡하며 일구어온 삶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도도한 시간의 흐름을 지나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서 있는 집을 보며 여행의 흥취를 느끼기도 한다.

여행의 70%는 건물 구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집을 통해 광활하고 장대한 중국과 중국의 역사, 중국인을 이해하려는 흥미로운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다큐멘터리 PD 윤태옥이 쓴 책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가 그것.

저자는 사람이 먹고사는 현장을 매개로 역사와 문화를 추적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2012년 먹거리를 통해 중국을 읽는 ‘중국 식객’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사는(住)’ 것, 즉 집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을 보려는 야심 찬 도전을 했다.

10개월여의 기간 동안 상하이 번화가에서 네이멍구의 초원까지 2만 2천㎞에 달하는 엄청난 거리를 여행하며 중국인의 집에 대해 취재했다.

직접 사진을 찍고 집의 구조를 스케치했다.

이 과정에서 그곳의 역사를 공부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며 집에 얽힌 삶의 스토리를 모았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가 탄생할 수 있었다.

다소 이색적인 이 책의 제목은 중국의 고사에서 비롯됐다.

3세기 중반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유령(劉伶)의 이야기다.

그는 지독한 술꾼이었는데 술버릇도 좋지 못했다. 취하면 옷을 벗어젖히는 일이 잦았다.

그런 어느 날 누군가가 그의 집을 찾아와 알몸 추태를 비난했다.

그러자 유령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천지가 옷이고 집이 속옷인데, 당신이 어쩌자고 허락도 없이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

집이 속옷이라는 그의 발상은 청담(淸談)과 은일(隱逸), 기행(奇行)을 담은 재치가 돋보인다.

그래서 집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려는 이 책의 의도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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