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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쓸데없이

 

쓸데없이                                                                                      /바스코 포파

당신은 쓸데없이 잠을 잤다

그리고 무언가가 된 꿈을 꾸었다



무언가에 불이 붙었다

불꽃들은 그 눈먼 고통 때문에

몸부림쳤다



당신은 쓸데없이 잠에서 깼다

꿈의 불꽃 위에서

당신의 등을 덥혔다

당신은 불꽃의 고통

고통의 그 모든 세계를 보지 못했다

당신의 등은 근시였으므로



불꽃이 꺼졌다

불꽃의 고통은 눈을 되찾았다

그리곤 마찬가지로 기쁨에 겨워 꺼졌다



출처-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2006년 문학동네

 

 

 

큰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소중한 나이고 특별한 내 삶인데 허투루 살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살아보니 어디 그렇던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삶이기에 의미는 상대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이 내 삶에, 아니 내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연동되어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니 쓸데없이 잠을 자고, 쓸데없이 노래하고, 쓸데없이 사랑하고, 쓸데없이 잠을 깨고, 쓸데없이 꿈도 꾸고, 쓸데없이 지나가는 남자도 흘끔거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눈먼 고통’이 사랑처럼 찾아오고, 기쁨이 되기도 하고, 지독한 슬픔도 된다. 그러므로 삶에 있어 쓸데없는 일이란 없다. 그것조차도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자신을 내가 어쩌지 못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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