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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나무의 약력

 

나무의 약력

/박연준

원래는 팔이 있었다

어느 날 이유 없이 두 팔이 잘리자

온몸으로 한을 품은 나무의 정수리에서

수십 개의 잔가지들이 뻗어나왔다

팔을 돌려달라고

바람에 흔들리다가

정신없이 위로 뻗대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게 됐을 때

붉은 심장을 뱉어내기도 했다



발이 묶인 삼손들이 울부짖고 있다

참을 것이 많은 봄밤이라고



눈먼 나무들이

수런거린다

박연준 시집『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문학동네

 

 

 

누구나 자기만의 역사를 만들면서 산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삶의 이력이 된다. 살아온 이력을 간단하게 줄인 것이 약력이다. 내세울만한, 아니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프로필이 된다. 나무 또한 나이테라는 삶의 이력이 있지만 잘라봐야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고 시인은 나무의 다른 이력에 주목한다. 팔이 잘린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나무다. 팔이 잘리면 잘릴수록 오히려 나무 밑둥치는 더 강인하고 튼튼한 바탕이 된다. 굵어진 밑둥으로부터 더 많은 (잔가지)팔들이 다시 무성해져 바람에 손을 흔든다. 거기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도 피우고 태양 같은 열매를 매달기도 한다. 어느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한쪽이 채워지는 자연의 섭리를 포착하는 봄밤이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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