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역 /이상국
강변역 물품보관소 옆 벽에는
밤눈*이라는 시가 걸려 있다
추운 노천역에서 가난한 연인들이
서로의 바깥이 되어주고 싶다는 시다
나는 그 시 때문에 볼일이 없는데도 더러 거기로 갔다
바깥이란 말 때문이었다
내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 시의 바깥에 오래 서 있고는 했다
출처 - 이상국, 『창작과비평』2013년 봄호
세상살이에 떠밀려 방향 감각을 잃고 혼란스러울 때 “내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일부러 “강변역”을 찾아간다. 그리고 서로의 바깥이 돼 주고 싶어 하는 연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시의 바깥에 선다. 여기에는 시를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과 시 속의 연인들의 사랑을 고이 품고자 하는 겹의 의미가 담겨 있다. 시의 형태도 행과 행 사이에 여백을 두어 그 여백이 시 한행 한행을 감싸주고 있는 형국이다. 강변역은 「밤눈」이라는 시를 품고, 그 바깥에는 강물이 강변역을 품으며 흐르고, 그 바깥에는…. 이렇게 세상은 무수한 ‘바깥’들로 이루어져 있다. 까도 까도 껍질뿐인 양파처럼. 무수한 바깥들이 삶을, 세상을, 역사를,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