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온 날 /최영숙
“똥 퍼”
한통에 칠천 원이란다
“똥 퍼”
한통에 만이천원이란다
된다 안 된다 한바탕 소란 끝난 뒤
“그래도 똥 치우는 값이 제일 싼 거여”
대문 닫히고 텅 빈 골목
여우비 후둑이다 간다
동쪽 하늘부터 맑게 갠다
싱긋 웃는 연초록 포플러 잎새
최영숙 시집
<골목 하나를 사이로, 창작과 비평, 1996>
세상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짊어지고 간 사람이다. 전화하면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 그 얼굴 생생하다. 목숨이 스러져가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시만 쓰다 간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죄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똥을 맛보고 임금의 건강상태를 가늠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늘같은 똥이다. 아름다움은 겉치장 속으로 숨어들고 우리는 더 이상 숨어들 곳이 없다. 지금이라도 전화를 할 일이다. 우리가 아프게 했던 사람들에게.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