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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우화羽化

 

우화羽化

/김윤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맨 처음 하는 말은

제가 나운 알집을 먹는 거라고



교대 앞 거북곱창집에 앉아 아들아이와

와글와글 소주잔 기울일 때 서로 덴 상처를

헤집고 뒤집어 쇠꼬챙이로 구워낼 때 악악대며 비명 지르며



아이는 제 알집을 나는 내 알집을 아삭아삭 씹는 거라고

그 힘으로 고치 하나 짓는 거라고

배배 꼬여진 날개를 천지에 피는 거라고



곱창에 기름 자글자글 돌고 숯불 희미해져 뻘밭같이

질척질척 자꾸 빠지는 발

밤새 너를 두드리던 말 애끓는 말 병신된 말

녹슨 톱같이 날 안 들어서



쇠심줄같이 질긴 어머니를 내가 오늘 저녁

다 먹은 거라고

-김윤 시집 <전혀 다른 아침>에서

 

 

 

어머니의 숭고함에 대하여 예찬한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두가 아는 일이다. 그런데 시인의 시인다움은 이런 곳에서도 빛을 발한다.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맨 먼저 제가 태어난 껍질을 아작아작 먹어대는 것이고, 그래야 평생을 제대로 살 수 있는 에너지를 거기에서 얻는 것이라고 한다. 아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아들 입에 아작아작 씹혀지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도 어머니임을 처절하게 깨닫는 시인은, 아들에게는 무한한 생명의 에너지를 기꺼운 마음으로 내어주고, 자신은 다시 자신의 어머니를 아작아작 씹어 아들에게 부족한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자신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통해 건강한 자식을 가꾸는 한국 어머니의 전형적인 얼굴이 배추흰나비를 통해 절묘하게 살아나고 있다.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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