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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근대화 바람… 구한말 서울에 담아

실제 전차 소각사건에 상상 더해
한정된 공간에 개화기 모습 함축

 

책 ‘쇠당나귀’는 신인 작가 김재욱의 삼성리더스허브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1899년 실제 있었던 전차 소각 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 ‘쇠당나귀’ 속 공간은 구한말 대한제국의 수도 서울에 집중돼 있지만,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을 품고 있다.

책은 미 해군 선박의 하급 승무원인 흑인 청년 와이클레프가 페트릴 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제물포 항에 정박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칭 뉴욕 흑인 영웅의 아들이라는 아서 크러덥과 함께 미 공사관을 경비하게 된 와이클레프는 흑인들을 보고 쑥덕거리는 조선인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한편 조선 땅의 이권을 노리는 미국 공사 알렌은 자국 사업가들을 끌어들여 이런저런 사업을 도모한다.

알렌의 비호 아래 한성전기회사를 세우려는 미국인 사업가 보스트윅과 콜브란은 일본에서 천재 기술자 마키 헤이치로를 불러들이고, 그들은 서울에 발전소를 세운 뒤 노면전차 운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김재욱 작가는 “오랫동안 나는 근대화라는 주제에 천착해 왔다”며 “단순히 오늘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 자리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19세기 말 전 세계를 휩쓴 변화의 소용돌이가 어떤 식으로 보편성을 띠고 우리에게 다가왔는지를 넓은 시각에서 살펴보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특히 저자는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현란한 입심으로 무거운 주제의식을 경쾌하게 형상화한다.

욕설이 반을 이루는 하층민들의 걸쭉한 말투에서 자기 사명감에 갇힌 독립협회 회원들의 도식적인 언설, 교활하고 계산적인 미국 사업가들의 점잔 빼는 대화에 이르기까지 귀로 듣는 듯 생생한 구어체가 100여 년 전의 인물들을 오늘 우리 앞에 되살려낸다.

제한된 배경에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조감도를 녹여 넣는 구성력, 수많은 등장인물을 대범하게 그러나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 없도록 빈틈없이 묘사하는 필력,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된 호방한 역사의식과 곳곳에 스며 있는 유머 감각까지, 거장을 예감하게 하는 이 무서운 신인이 쏘아 올린 신호탄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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