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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호흡을 원하다 인간, 완벽을 탐하다

 

인간·기계의 상호관계 통해
현대인 기계적 삶·미래 고찰
작가 17명 회화·설치 작품 등
세가지 주제로 관객과 소통

기능에서 심미적 가치 발견
외형 집착 인간의 모순 비판

인간 조작이 기계 생명력 부여
관객들 직접 느끼며 구조 이해

삶 깊숙이 확장된 기계 역할
예술작품 넘어 미래 미리보기


경기도미술관 ‘기계, 생명을 꿈꾸다’ 展

경기도미술관(관장 최효준)은 지난 5일부터 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기계, 생명을 꿈꾸다’ 전을 열고 있다.

도미술관의 올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17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설치, 조각, 영상작품 60여점과 SF모형 작품 50여점들이 전시하고,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통해 우리사회의 기계적 삶과 미래에 대한 객관적 고찰의 시간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기계의 순수함’, ‘인간 : 기계=1 : 1’, ‘기계의 독립’ 등 세가지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9월 22일까지 진행되며 각 주제를 통해 인류기원에서 도구의 발달로 시작된 기능적 미(美)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에 의한 동작성, 예술작품 안에서의 인터렉티브(interactive), 그리고 기계가 꿈꾸는 미래가 곧 인간이 만들어내는 욕망의 꿈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계의 순수함

한때 카드섹션이 큰 이슈가 된 바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정밀하고 또한 분명히 기계적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 카드섹션을 보고 “예술”이라며 감탄했다.

우리의 감탄은 단지 카드섹션의 화려한 외형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외형보다는 카드를 움직이고 있는 구성원들의 기계적 움직임, 즉 기능에서 발견된 심미적 가치에 의한 것이다.

한편 그 대상이 기계로 넘어오게되면 기계적이라는 표현이 내재하는 기능성이 하나의 미학으로 보다 유연하게 강조된다.

장재록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명차들은 갖고자 하는 욕구를 절실하게 자극한다. ‘물질 속의 본질을 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눈앞의 기계(머신)의 순수한 형태에 잊혀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명차를 대하며 느끼는 소유욕은 단지 외적인 면에 머물지 않는다. ‘명차’라고 하는 단어에는 다른 자동차에 대한 ‘기능적 우위’가 내재돼 있다.

더욱이 그 외형은 이 같은 기능적 우위를 보다 높이기 위해 디자인 된다. 이는 비록 관람자가 엔지니어가 아니라도 기계구조를 이해하듯 그 기능을 위한 순수한 형태에 “예술”이라는 표현을 아낌없이 퍼붓게 만든다.

한편, 박기일 작가의 작품 속 엔진은 배관과 전선들이 어지러이 연결돼 있음에도 ‘내 차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끌어낸다.

어지러운 외형이 전하는 기능에 대한 신뢰가 관객의 ‘기능적 미’에 대한 가치관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작품들이 전하는 순수 기능성에 의한 미학은 기능을 버리고 외형에 집착하는 인간사회의 역설적 모순을 비판하는지도 모른다.

 


◇인간 : 기계=1 : 1

정밀하게 만들어진 기계들의 출발점은 단순한 도구에 있다.

 

삽과 포크레인은 같은 기능을 하지만 그 것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인간에게 있는가 인간 이외의 것에 있는가로 각각 구분된다.

그러나 인간 이외의 동력으로 기능하는 포크레인도 결국 인간과의 상호작용 하에서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작하지 않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기계다.

‘기계 : 인간 = 1 : 1’파트는 작품 안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우리가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느끼는 많은 이야기들을 내포하고 있다. 작게는 컴퓨터 자판이나 마우스를 통해 정보를 얻는 행위에서부터 대형 플랜트 기계를 조작하는 통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기계와 인간은 서로의 운동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해낸다.

기계는 어느덧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생명력을 이끌어 냈으며, 많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상호작용이라는 논지를 작품 안에서 관람객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

이렇게 21세기 예술 안의 기계장치를 이용한 작품을 키네틱 아트(Kinetic Art)같이 특정한 범위의 의미로 규정짓기 보다는 선택된 오브제의 차용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당하다.

기계에 대한 순수한 동경에서 출발하는 외형적 형상을 빌려 내면적 메카닉(움직임)을 차용한 작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작가뿐 아니라 관람객들이 기계의 구조를 더욱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기계의 독립

영화 ‘터미네이터’의 인간형 로봇이 엄마보다 무섭다는 아이들의 눈에는 공상과학 영화가 아닌 현실성을 갖는다. 그 무서움도 잠시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책 읽는 것보다는 아이패드를 만지며, 모 통신사의 학습로봇을 품에 안고 기계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순간 기계는 우리 삶속의 대부분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1970~1980년대 영화 속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계들은 현실에 등장해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있다.

 


전시장의 심성운, 김성진 작가의 작품들은 상상속의 기계들이라고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 기계들이 개인적인 소유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만든다.

전시장안의 예술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인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는 이미 무수한 기계들이 존재하고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기계들이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은 기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계를 인간의 창조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인간의 창조물인 기계를 통해 스스로의 나약함에 불안해하며, 부정적 시선을 던진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고 느끼는 배신감을 기계를 통해 느끼는지도 모른다.”(전시서문 中)

◇특별전시-기계 모형전

기획전시와 함께 도미술관은 오는 25일부터 9월 22일까지 미술관 1층 로비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2층 기획전시 주제를 활용한 SF 모형전시‘기계모형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 동안 음지의 취미로 불리며 외면당했던 모형제작자와 동호회원들이 기계와 인간이라는 거대 주제를 바탕으로 실제 모형을 이용해 장면을 설정한 디오라마(Diorama)와 창작모형들이 전시된다.

새로운 상상력을 통한 다양한 모형들은 기계·메카닉을 모티브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통한 미래사회를 꿈꾸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도미술관은 현대미술의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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