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오리에 대한 관심은 그를 새들의 울음소리와 생활 방식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조류학자로 만들었고 까치오리 카드를 만난 지 25년이 흘렀을 때, 글렌 칠튼은 세상에 남은 모든 까치오리 박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1950년대 후반에 ‘폴 한’이라는 조류 애호가가 각지의 자연사박물관에 문의해 기록해 놓은 까치오리 박제 목록을 바탕으로 칠튼은 자비를 탈탈 털어서 까치오리의 번식지를 돌아보고, 55점의 박제표본과 9개의 까치오리 알을 보유한 40개 도시의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한다.
그 거리는 비행기로 11만5천901㎞, 기차로 8천788㎞, 자가용으로 2천518㎞, 렌터카로 2천966㎞, 택시로 254㎞에 이른다. 거기에 여객선으로 69㎞, 버스로 1천881㎞를 다닌 결과, 합계가 13만2천377㎞로 적도를 둘레로 지구 3.3바퀴를 돈 셈이다.
이 처럼 어린 아이의 집요함에서 시작된 수집여행은 학자의 강렬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는 탐사여행임과 동시에 괴짜의 눈으로 바라보는 도시여행기이기도 하다.
남이 보기에는 실속 없고 정신 나간 듯한 목표를 추구하면서 떠난 여행의 기록들에서 독자들은 간간이 웃음을 유발하는 저자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읽는 한편, 까치오리 박제표본 55개와 까치오리 알 9개에 얽힌 과학적·역사적 사실도 알게 된다.
또한, 런던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서 구미권의 40여 개 도시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들을 알게 되는 것은 덤이다. 도시들에 대한 촌평도 익살맞다. 이 책의 독자, 특히 자녀를 둔 부모라면 올해 유럽·북미 여행 중에 미술관 외에 자연사박물관을 추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