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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내음·땀방울 고스란히… 우리 밥상 지키는 ‘안성로컬푸드’

■ 안성 로컬푸드 정책 각광
텃밭 분양 친환경 도시 농업
초보 농부들 수확의 기쁨 쏠쏠

 

친환경도시농업(텃밭), 초보 농부의 즐거움

토요일, 휴일이지만 이모(36)씨는 새벽같이 일어난다. 일주일 동안 가지가 얼마나 자랐는지, 방울토마토가 폭우에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텃밭(안성시 현수동)에 가서 확인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수동 텃밭은 안성시에서 올해 초 시민들에게 친환경도시농업으로 유상 분양(1계좌·10㎡·2만원)한 것이다.

공고가 나가기 무섭게 마감돼 ‘혹 순번에서 밀려났으면 어쩌지’ 이씨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는 난생 처음 농사를 지어보는 일도 신기하고 그 열매들을 거둬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직접 씨앗에서 잎이 나고 잎에서 꽃이 피고 그 꽃에서 열매가 난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줄 수 있어서 보람 있다.

특히 얼마 전 텃밭에서 열린 ‘혼성 트리오의 공연’을 감상하는 일은 이씨가 도농복합도시, 안성에서 꿈꾸던 생활 그 자체였다.

안성시는‘2013 친환경도시농업’으로 지역 공동체 텃밭을 지난해 1개소에서 올해는 2개소로 넓히고 373계좌를 분양했다.

봄에 분양한 텃밭은 원칙적으로 분양자가 관리하지만 대부분 초보 농부임을 감안해 시에서 매월 2~3회에 큰 잡초를 제거하고 매주 목요일 친환경 병해충 방제를 한다.

소농기구와 수도가 있으며 친환경 화장실과 휴식터도 갖고 있어 소박하게 농사 짓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매월 1회의 현장 교육을 통해 농사짓는 일에 실질적인 도움도 주고 있다.

 

 

 

 

 



새벽직거래장터, 주말 하루 매출 1천만원

안성시 서운면에 사는 김모(55)씨는 오전 5시가 아직 되지 않은 시간, 조금씩 여명이 터오는 것을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눈을 뜨자마자 그는 집 옆에 있는 오리 농장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조심스럽게 오리알을 담아낸다.

그가 오리알을 들고 향한 곳은 안성천(아양주공아파트 단지 옆)에 열린 ‘새벽직거래장터’다.

이 곳에서 오늘 가져온 오리알과 강낭콩을 판다. 딱히 좌판이랄 것도 없고, 그날그날 낳은 오리알과 늦어도 그 전날 수확한 것을 팔기 때문에 물량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과 신선한 품질 때문인지 가져온 물건은 거의 다 팔릴 때가 대부분이다.

새벽직거래장터는 지역에서 생산한 우수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농업인이 시중가격보다 2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판매하며 안성아양주공 뒤 아양로변에서 매일 오전 4시30분부터 8시까지 열린다.

벌써부터 장이 한창인 오전 5시에 새벽직거래시장에서 만난 한 평택시민은 “오리알이 아주 싱싱하고 귀한 거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날을 잡아 온다”며 “기름값을 빼고도 손해는 없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터에는 농업인 직거래 새벽시장 회원으로 등록된 206명 참여농가가 함께 하며 11월30일까지 악천후만 제외하고 매일 상설 운영된다.

새벽직거래장터는 7월 초 공중파의 방송보도 이후 안성시가 아닌 인근 도시에서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현재 평일은 40여 농가가 제철 농산물을 출하해 400만원의 판매액을 올리고, 주말의 경우 70여 농가가 참여해 하루 평균 800만원에서 1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새벽직거래장터의 지난 3개월간 매출 총액은 3억원에 다다르고 있으며 지금까지 누적 집계수 3만8천여명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수도권 최대 안성로컬푸드 직매장, 울툴불퉁 작고 못생긴 것의 위대함

안성시 당왕동의 주부 정모(45)씨는 퇴근과 함께 안성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향하는 것이 일과가 됐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안성시에서 기존의 농협 하나로 마트 매장을 리모델링해 농가 스스로 농산물, 포장, 진열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수도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정씨의 오늘 저녁 메뉴는 카레로, 감자와 당근, 돼지고기와 양파를 사야 한다.

일반 유통경로를 통한 농산물들보다 더 못 생기고 더 작고 볼품없지만 로컬 푸드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 생산자에 대한 믿음 때문이며 이는 먹거리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그도 그럴 것이 매장의 모든 식품의 상단에는 제품을 생산하고 포장한 생산자의 사진과 실명이 있다.

이 곳에서는 모두 안성시 120여 농가의 150가지 과일류, 채소류, 구근류, 잡곡류, 특산품류, 건조농산물, 축산물류, 화훼류, 친환경농산물, 가공식품 등이 판매된다.

로컬푸드는 단순하게는 내가 있는 곳 가까이의 과일과 채소, 고기와 생선 등 정체가 분명한 먹거리들로 우리의 식단을 꾸리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결한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저렴하고 싱싱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대량 수입에 의존되고 있는 우리의 식생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 완도군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난 7월13일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24일 정식 개장한 로컬푸드매장은 대덕농협 지하 230㎡에 직매장과 옥상 150㎡에 로컬푸드 소포장센터를 마련했다.

로컬푸드매장의 매출은 지난달 하루 평균 800여만원에서 이달 1천400여만원으로 개장 200여일만에 70% 이상 오르는 등 수직상승 하고 있다.

판매장에는 참여농가 사진과 안성시장의 농산물 지정서, 농산물 안전망 구축 협약서 등을 게시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매장 곳곳에 CCTV를 설치해 생산농가에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판매대를 확인, 농산물이 많이 팔려나갈 경우 곧바로 채우게 된다.

매장폐점(오후 10시)에 앞서 오후 8시쯤부터는 20~30% 저렴한 가격에 할인판매도 벌여 고객이 크게 몰리기도 한다.

고삼면에서 1만2천여㎡ 규모의 양파·마늘·가지 등 밭농사를 짓는 한덕우(74)씨도 로컬푸드 매장에 판매대를 지정받아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며 하루 평균 6만~7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팔아 한달 120여만원의 순이익을 얻고 있다.

윤성근 시 친환경농산 팀장은 “농민이 직접 가격을 매기고 포장·진열하는 유통체계인 로컬푸드매장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앞으로 안성을 찾는 관광객들도 이 곳을 들러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싼값에 구입하는 관광코스가 되도록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 25%대로 OECD 최대 식량 수입국으로 이미 45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전체 인구 가운데 농가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6%로 이마저도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65% 수준이 평균이다.

농축산업의 생산기반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황은성 안성시장은 “안성맞춤 로컬푸드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밥상을, 생산자에게는 안전한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농산물 수입 개방과 먹을거리 위기감을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안성시의 로컬푸드 정책은 각종 FTA로 위협받고 있는 먹거리 주권에 실질적 힘을 지니는 가능성 있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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