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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대식

시는 나를 일찍 떠난 어머니였으며

왜소했던 아버지의 그림자였으며

쓸쓸한 내 성기를 쓰다듬어 주던 늙은 창녀였으며

머리에 흐르던 고름을 짜주던 시골 보건소 선생이었다

시는

마당가에 날리는 재灰였으며

길을 잃고 강물 따라 흐르는 밀짚모자였다

폭풍전야, 풀을 뜯는 개였으며

탱자나무 가시 아래 모인 새이기도 하였다

늘 피가 모자라 어지러워하던

한 소년이 주먹을 힘껏 모았다 피면

가늘게 떨리는 정맥

그 곳에 시가 파랗게 질려 있었다

-현대시학 2013 8월호



 

 

 

그러고 보면 시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아니면 있었던 어머니 아버지와 날리는 먼지, 어슬렁거리는 개, 땡볕의 밀짚모자, 탱자나무 가시 사이의 새, 젊은 환자의 푸른 정맥 등등 누구나 목격하고 누구나 느끼고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흔한 것들이 시다. 그러나 시인은 누구나이면서 또 누구나가 아니다. 흔히 목격되는 사물이나 풍경들의 흔함을 특별함으로 조직하는 힘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흔한 사물이나 풍경에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을 첨가하는 사람이다. 그 상상력에 조형적 질서를 부여하고 우주의 근원적 질서를 포착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는, 시인은 특별함이 있다. 아니 특별하다./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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