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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용화사에 들다

용화사에 들다

/은결

3월의 시린 언덕을 올라

첩첩불경의 법문을 지나

적멸고요의 본존불 앞에

생의 가파른 길을 내려놓는다



팽팽했던 겨울은 지나가는 것

벨벳꽃잎 어머니도 지나가는 것

연꽃잎 속 저 부처

겹겹슬픔까지 녹아내리는 소신공양의

불꽃너울을 품었을까



다비의 화염이 사그러지듯이

마침내 무심의 재가 되어 엎드리듯이

있고 없음이 하나인



 

 

 

불가에서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없다. 생과 사의 경계는 법문을 지나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사찰의 초입에 들어서 있는 다리도 이승과 경계를 이어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용화사에서 이 시의 화자는 생의 가파른 길을 내려놓고 있다. 그리고 저승으로 떠나신 어머니와 하나가 되고 있다. 영화 <대부>에서는 대부가 죽자 죽음의 이미지를 가리기 위해 고인의 얼굴에 화장을 짙게 했다. 서양에서는 죽음을 두려워해서 죽음의 이미지를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양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분리하지 않는다. 이승과 저승은 서로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 <축제>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시의 화자 역시 이승과 저승을 하나로 잇고 있다. 죽음은 더 이상 슬픈 일만은 아닌 것이다./박병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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