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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내객 來客

 

내객 來客

/서영식

누런 쌀밥을 한 입 떠 넣고

삭은 깍두기를 씹는 밤

오득, 오드득 입 안에서

눈 밟는 소리 들려온다



산 입에 어찌 눈이 쌓였는지

누가 이 몸을 걸으려는지



눈 내리는 겨울 덕장

입 벌린 명태 속으로 걸어가는

싸락눈 같은

눈발이 눈발을 밟고

텅 빈 몸으로 드는 소리 같은

오득 오드득



눈발 성성한 입 속, 까마득한

거기가 덕장이다

--서영식 시집 『간절한 문장』(2009, 도서출판 애지)

 

 

 

눈(耳)이 혹사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점점 우리는 두 눈을 제외한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어릴 적 뛰어놀던 그 감각들, 소리들. 눈이 쌓이면 오드득 오드득 걷던 그 조용한 소리들과 차가운 느낌들. 눈(耳)은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고 쓸모가 없어진 감각들은 점점 퇴화되고 있다. 겨울, 입 안으로 들어온 깍두기가 눈 밟는 소리로 들린다는 화자. 눈발이 눈발을 밟고 명태 입 속으로 들어가는 파노라마. 언어들도 보는 것에 맞춰 적당히 적당히 사라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보는 것을 제외한 모든 감각의 이미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의 힘을 믿는다. 따뜻한 문장들을 믿는다. 따뜻한 손님처럼 말이다. /유현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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