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도록 푸른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지난 10월 1일 나는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으로 향했다.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 병역명문가로서 초대 받았기 때문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많은 인파에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됐다. 이곳은 나에게 뜻 깊은 장소이다. 40년 전에 이곳에서 처음으로 군대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고생도 많이 했고 첫 외출을 나갔을 때는 밤이 아닌 낮에 나가다보니 길을 몰라 헤매기도 했다. 또 당시에는 이 부대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불편한 게 많았는데 지금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 당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많이 변하여 하나도 못 알아 볼 지경이다. 여기서 나는 6개월 뒤 김포로 갔지만 아직도 이곳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지정해준 단상으로 가니 영광스럽게도 대통령이 계신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게 됐다. 식전 행사로 육군 군악대 취타대를 시작으로 육·해·공군과 해병대 의장대의 멋진 시범과 전통무예 시연을 한다. 대통령께서 입장하시고 1만명이 넘는 군인이 충성소리와 함께 경례를 하자 예포를 쏘아 올린다. 그 소리와 공기의 흔들림이 충격파가 돼 내 가슴까지 후련함을 느끼게 한다. 열병과 시상식 그리고 대통령 기념사에 이어 특수전부대의 태권도 시범, 공수부대의 공수낙하시범, 공중탈출 그리고 블랙이글의 멋진 비행기 쇼를 보았다.
또한 점심을 먹고 서울시청 앞으로 이동해 우리군의 멋진 시가행진도 보았다. 그리고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우리군의 실생활을 보여주는데 내가 군대생활을 할 때와는 많이 발전한 장비들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옆에서는 군대리아를 시식 중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니 요즘 TV에서 나오는 진짜사나이가 대세인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요즘 나오는 군 장비를 입어보고 군대리아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바로 세종홀로 이동하여 경축연을 참관하였다. 대통령께서 기념사에서 군에 관련된 모든 단체를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데 마지막에 우리 병역명문가 이름이 나올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 가문은 1세대인 부친을 비롯해 우리형제 5명, 그리고 3세대인 자녀 4명까지 모두 10명이 291개월간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 부친은 6·25참전 용사이시다. 그리고 우리 형제는 아들만 5형제로 나는 공군, 둘째는 육군통신, 셋째는 육군공병, 넷째는 전투경찰, 다섯째는 육군보병이었고 나의 아들은 육군보병, 둘째의 아들은 해병대, 셋째의아들은 육군, 넷째의 아들은 해군UDT로 복무했다.
모두 10명이 군대를 갔으며 그중에 7명이 지원입영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가족만으로도 전군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해·공군·해병대·전투경찰, 각 파트에 거의 분포돼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가문은 앞으로 병역명문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며 살아갈 것이며 많은 후손들에게 병역이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널리 알리고 싶다. 병역명문가로서 초대받은 데 대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우리 가문은 어떤 명문가보다도 자랑스러운 병역명문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