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음 /권정일
누구나 즈음이 있고 그 즈음에서
서성거리는 자발적 고립이 있고
우리는 외로움을 가졌잖아
가지마
아무도 그립지 않은 것은 사치야
고운 음색으로 리듬 있게 흩날리며
반성 없이 꽃 피울 수 없어
느리게 자라 황홀하게
벌레 먹고 싶은
황금비를 쏟아내는
히말라야시다였잖니?
수천 개의 황금 종을 타종하며
내 심장의 즈음을 맴돌고 있는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허락 없이 짧게 나눈 이별처럼
허락 없이 길게 남은 키스처럼
아직 체온 같은 인상착의
누가 자꾸 눈물방울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쪼개진 눈물 같다
시다림과 간절함과
쓸쓸함이 헤어지는 시간
- - 계간 『시에』 2013년 봄호
시인이 발견한 서정의 타임머신 ‘즈음’은 영혼 없이는 갈 수 없는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외로움의 유전자를 가진 인간에게는 누구나 그 ‘즈음’이 있고 그 즈음에서 서성거리는 자발적인 고립이 있다. 그래서 우리들의 심장 안에는 그리움의 어느 절정에서 울리는 황금종이 있고 그 종소리가 노래로 울려 퍼지는 것이 시의 기다림 즉, ‘시다림’이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허락 없이 짧게 나눈 이별이거나 허락 없이 길게 남은 키스처럼 간절함과 쓸쓸함이 만났다 헤어지는 시간이 되어 버린다. 시인이 아무도 그립지 않은 것은 사치라고 노래하듯이 이 계절 누군가 그리워지는 ‘즈음’에 서 있다면 그때 바로 나도 그대도 시인이 되거나 시가 되는 카이로스의 공간 어느 ‘즈음’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