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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얼굴 반찬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출처 -공광규 시집, 『말똥 한 덩이』- 2008년 실천문학

   
▲ 박설희 시인
둥근 밥상에 옹기종기 모여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먹던 밥이 얼마나 달았던지를 기억한다. 찌개 한 가지만으로도 맛나던 밥이 얼굴 반찬 때문이었다니. 고기반찬 가득 차려진 밥상 앞에서도 입맛이 돌지 않았던 게 그 까닭이었나 보다. 각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뿔뿔이 제 볼 일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잘 그려져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현대인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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