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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균

나는 무릎 꿇지 않네
무릎 시려오고
무릎이 쑤셔오는
내 삶에게나 꿇으면 꿇지
나는 아무에게나 무릎 끓지 않네
그러나 어찌하여,
오늘 나는 이 무릎을 데리고 나가
무릎이 해지도록 꿇고

또 함부로 꿇고는 있지
들에 나가
초록에게나
한없이
한없이

-- 최창균 시집,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창비, 2004년

 

무릎을 꿇지 않고 살아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무에게나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결연한 단언을 지키고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나 수없이 많은 것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살았는지. 하루의 일상에서도 자주 무너지는 무릎은 지금 관절염에 걸렸다. 절뚝거리며 걷는 길은 휘청거리며 삶을 불안하게 한다. 들에 나가 초록에게나 한없이 꿇어야 할 무릎을 어디서 함부로 꿇고 있는가 말이다. 바지런히 푸른 잎을 채우고 아무 미련 없이 비워내는 푸른 숲으로 가 초록 앞에서 다소곳이 무릎 꿇어 볼 일이다. 자작나무 흰 무릎 정갈하게 세우고 있는 숲의 품에 안겨서 해진 무릎 꿇고 다시 일어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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