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토)

  • 흐림동두천 27.8℃
  • 구름많음강릉 29.5℃
  • 흐림서울 29.6℃
  • 구름조금대전 30.7℃
  • 구름많음대구 29.8℃
  • 구름많음울산 29.6℃
  • 구름많음광주 29.3℃
  • 구름많음부산 27.5℃
  • 구름많음고창 29.4℃
  • 맑음제주 33.2℃
  • 흐림강화 27.0℃
  • 구름많음보은 28.0℃
  • 구름많음금산 30.0℃
  • 구름많음강진군 30.1℃
  • 구름많음경주시 30.9℃
  • 구름많음거제 27.4℃
기상청 제공

수원화성과 정조의 스토리… 화려한 연극으로 ‘재탄생’

 

[공연리뷰] 정조의 트라우마1

 

 

지역문화 콘텐츠 발굴·개발 위해
수원예기보존회서 선보이는 기획공연

아버지, 사도제자 죽음을 목격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정조의 이야기

매산초 어린이·수원 풍물패 참가
‘무예24기’ 퍼포먼스… 박진감 더해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사위도 볼만

수원예기보존회(아트컴퍼니 예기)는 지난 23일 수원시 장안구민회관에서 수원화성과 정조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 ‘정조의 트라우마1’를 무대에 올렸다.

수원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발굴·개발하기 위해 창립한 수원예기보존회는 그동안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용연에 비친 달’, ‘기생-화젯거리’ 등의 기획 공연을 선보여 왔다.

‘정조의 트라우마1’은 수원예기보존회가 올해 ‘수원화성의 전통예술역사 찾기’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노력해 온 땀의 결실로 지난 9월 공연 ‘무무타’를 통해 쇼케이스를 가졌으며, 11월 정기공연으로 ‘춤의 칼’이라는 이름으로 공연됐다.

‘정조의 트라우마1’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정조가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게 됐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불안한 왕권으로 신변에 위험을 느끼는 정조는 자신의 호위군을 만들고자 한다.

어느날,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찾은 정조는 그곳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이때 나타난 백동수가 정조를 구하면서, 그 무예를 인정 받아 호위군의 수장과 함께 무예도보통지를 완성하라는 어명을 받게 된다.

이후 백동수가 무예도보통지를 완성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꽃피운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완성된 무예도보통지와 이를 기반으로 설치된 장용영을 보면서 정조가 트마우마를 내려 놓는 것으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공연 도입부에서 부터 고운 여성무용수의 춤사위가 시선을 끈다. 둥근 등을 든 여성 무용수들은 마치 밤의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이를 표현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정돈한다.

몇몇 무용수가 남아 마치 병풍처럼 무대 뒷편에 가서 자리하면 정조가 등장하는데, 정조가 등장하는 장면은 짧은 연극으로 장르를 바꿔 정조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하는 한편, 스토리의 맥을 짚는다.

 

아버지의 죽음에서 느낀 비극과 불안한 왕권에 대해 상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번 암전을 거치면 무대 중앙에 남성 무용수가 등장해 현대 무용으로 사도세자의 비애를 표현한다.

전반부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두각을 보이는 것은 풍물패가 등장해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이다.

수원예기보존회가 전통예술 교육을 나가고 있는 매산초등학교의 전통연희단 어린이들이 등장해 무대에 생기를 전하고, 수원풍물패가 객석 뒷편에서 등장해 관객을 흥을 돋는다.

공연의 중반에서 후반으로는 무예24기의 무예시연이 무대를 메운다. 이미 행궁 광장에서 수차례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실내 공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시연은 한 층 긴장감을 더하며 보다 밀도있는 박진감을 더한다. 이와 함께 여성무용수들이 등장, 무예 시연과 어우러지며 무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장면에서는 몰입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긴 천으로 형상화 되는 무예도보통지를 바라보며 고뇌하는 백동수의 모습과 그를 달래는 여성무사와의 무용 장면도 애뜻한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해 내고 있었다.

무용을 기반으로 하는 장면 장면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기획을 맡은 안영화 대표가 도립무용단의 수석 단원으로 활동한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으로 보인다. 검증된 컨텐츠인 무예24기 시연 역시 공연 후반을 책임지면서 만족스런 공연을 이끌었다.

다만, 각 장면의 완성도에 비해 각 장면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와 감정이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연결이 견고하지 못한 인상이었다. 정조와 백동수가 처음 인연을 갖게 되는 장면의 연결이라던가, 정조와 송충이에 얽힌 일화가 백동수가 무예도보통지를 만드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부분은 감정의 전달이 미약했다.

정조와 송충이에 얽힌 일화가 소개되는 장면은 특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공연에서는 이 장면이 2~3분 가량의 짧은 연기로 표현되는데, 정조의 효심에 얽힌 유명한 일화임에 반해 그 비중이 적은 느낌이다. 무게감 있는 연기에도 상선이 허공에서 송충이를 잡아 오면 정조가 이를 잡아 먹는 동작으로 마무리되는 연출은 유명한 일화라는 점이 오히려 독이 돼 몇몇 관객에게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분위기를 집중시킬 수 있는 별도의 퍼포먼스가 필요해 보였다.

이러한 아쉬움이 공연 명칭에 정조의 트라우마‘1’이라는 단서를 달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연은 수원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극의 중심을 정조가 무예도보통지와 장용영을 세우게 된 배경에 모으고 있어 수원 행궁이 주요 배경이 되지만, 정조의 트라우마와 효심을 중심으로 작은 각색을 거치면 보편적인 공연 컨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도 갖췄다.

양질의 컨텐츠와 완성도 높은 무용 퍼포먼스로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이번 공연이 그 꼬리표를 떼고 온전히 ‘정조의 트라우마’로 거듭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

 







배너


COVER STORY